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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연출 소설 현대인

by 인더스맵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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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포스터

연출

이 영화의 연출은 세라 폴리가 맡았는데, 폴리는 아역배우 출신의 연출가입니다. 그녀가 배우 출신이기 때문인지 연출의 모든 부분은 배우의 연기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 상태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맞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미셸 윌리엄스가 연기한 마고라는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매우 효과적으로 포착하였는데, 굳이 zoom in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멀리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만으로 캐릭터들의 생각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여자 주인공인 마고가 새로운 그녀의 사랑과 함께 앞으로의 삶을 새로이 꾸려가는 장면을 360도 회전 기법으로 매우 심플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360도 회전 장면 이후로 마고의 원래 남편과 느꼈던 권태가 드러나는 부엌 scene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상만 새로운 사랑으로 바뀌었을 뿐 마고가 똑같은 권태를 느끼게 된 장면을 순식간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여자 주인공의 새로운 사랑도 결국 이전 사랑과 다를 바 없었음을, 마고는 또다시 무기력함과 지루함을 느끼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설 것임을 암시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이어지면서, 마고의 영화 속 여정은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삶을 전혀 나아지게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관객들에게 새로움이란 무엇인지, 익숙함이란 무엇인지 고찰해보게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가는 놀이기구에 탄 마고의 공허한 눈빛과 함께 흘러나오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음악은 많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Video가 Radio를 대체하지만, 결국 Video도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될 것입니다. 그러한 끝없는 굴레를 돌아가는 놀이기구로 표현했고, 그 기구 안에 타 있는 마고의 표정은 마치 본인의 미래가 끝없이 무의미할 것이라는 듯 보입니다. 장면의 연결, 반복, 음악의 활용 등 모든 부분에서 세련되었고 함축적인 세라 폴리의 연출이었습니다.

 

소설

이 영화에 원작 소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 소설을 즐겨 읽는 분이라면 분명 매우 유사한 작품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바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안정과 자극을 의미하는 두 여자 주인공 사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안정을 택했으면서도 종종 자극을 찾아나서고, 마치 자극이 없으면 안정도 없다는 듯 행동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우리도 사랑 일까의 마고 역할이 곧 밀란 쿤데라 소설 속 남자 주인공 역할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소설 속에서는 결국 열정을 잃어버린 듯한 남자 주인공이 안정을 택하게 되는 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영화 속 마고는 새로움과 자극을 택하게 되는 엔딩입니다. 영화가 소설보다도 더 깊게 파악한 부분은, 바로 자극이라는 것도 평생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고찰을 담은 것입니다. 소설 속 새로움과 짜릿함을 의미하는 여자 주인공을 택하게 되었더라도 결국 그녀 역시 또 다른 지루함으로 다가왔을 것임을, 소설에서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새로운 남자가 보다 입체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그의 모습은 마고가 그렇게도 벗어나고자 했던 그녀의 원래 남편과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안정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적절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관객들은 고민하게 됩니다. 새로움을 택하는 것도 마땅한 해결이 되지 못하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이런 고민에 대해서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이 보다 적절한 답을 제시합니다. 안정 속에서 기쁨을 찾는 방향으로 마인드 셋을 바꾸는 것입니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말미에 마치 모든 것에 욕심을 버린 듯 보입니다. 즉, 본인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노인의 모습을 띠는 것입니다. 이렇듯 안정만이 행복일 수는 없지만, 그 안정 속에서 작은 새로움과 작은 자극을 찾는 연습을 한다면 인생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고 지루함이 덜해질 것입니다. 마치 마고의 원래 남편 루가 매일 그녀에게 찬물 샤워로 장난을 쳤던 것처럼 말입니다.

 

현대인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사랑이라는 대상과 감정에 맞추어 표현했지만, 권태와 자극 사이의 갈등은 현대인이 세상의 모든 대상에게서 겪는 고충입니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핸드폰, 새로운 집, 새로운 음식 등 모든 새로움은 나에게 언젠가는 지루함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분명 현대인의 특성인 것이, 산업화 이전 세대에게는 옛것의 소중함이 새로운 것의 재미보다 훨씬 컸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그들이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그려온 그림과 발간해온 서적만 보아도, 혈통을 잇고 전통을 그대로 남기기 위해 노력해 온 역사적인 산물들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더 좋은 옵션에 대해 끊임없이 사고하지 않으면 마치 도태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결혼과 이혼의 의미가 퇴색되어 매우 가벼운 것이 되어 버리고, 새로 구매한 자동차를 타고 즐거움을 느끼다가도 내가 가진 자동차보다 훨씬 좋은 신형 자동차를 도로에서 발견하게 되면 시무룩해지는 것이 바로 현대인입니다. 영화 속 할머니들이 마고와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 New things get old. 이때 마고는 old라는 단어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지만, 할머니들이 말한 old가 과연 부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는지 다시 되새겨야 합니다. 옛것 속에는 그것만이 지니고 있는 지혜와 안정감 그리고 세월의 소중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것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반면, 옛것은 돈으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현대인들은 깊은 애정을 쏟기보다는 언젠가 느낄 권태를 미리 예측하고 빨리 다른 것으로 옮겨가는 삶을 살지만, 이러한 삶은 마고가 마지막 장면에서 비친 공허한 표정으로 결말을 맺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익숙함 속에서도 자극과 행복을 찾는, 나아가 의미를 찾는 사람으로 성장했을 때 현대인은 비로소 무한한 비교와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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