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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걸어도 걸어도 줄거리 카메라 가족의 의미

by 인더스맵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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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포스터

줄거리

영화 걸어도 걸어도의 줄거리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15전 전에 죽은 할머니의 아들, 준페이의 기일이 되어 온 가족이 할머니의 집에 모여 1박 2일을 하는 것이 영화 속 사건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건이 줄거리인 만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 간 역학관계와 미묘한 언어의 소용돌이는 매우 복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 안에서 아무런 사건도 없이 장편 영화를 촬영하는 일은 감독들에게 아마 가장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뛰어난 연출력과 마음에 콕 박히는 명대사들을 통해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면서도 단조로운 서사를 흥미롭게 즐길 수 있게 합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어느 하나 위험한 인물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지녔다든지, 도박에 중독되어 있다든지 하는 클리셰적인 인물이 전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각 등장인물들은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예를 들어 아주 연약하고 힘이 없는 영화 속 할머니는 본인의 아들과 혼인한 여성이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적이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며, 그녀를 끝까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자 합니다. 할머니의 이러한 태도들은 매우 작고 미묘하지만 아들과 아들의 아내, 그리고 아들의 아들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남기게 됩니다. 이렇듯, 영화 걸어도 걸어두는 특별한 줄거리나 사건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단순히 인물 간 언어적이고도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의 나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특이하면서도 특출난 카메라 기법으로 영화계 내에서도 아주 유명합니다. 이번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화면 속 풍경으로 들어오는 화면 바깥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감독은 풍경 속에 이미 위치한 인물을 한 번에 포착하기보다는, 풍경을 먼저 담아낸 후 인물을 화면 안으로 들어오게 합니다. 이를 통한 효과는 바로 프레임 외부의 세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카메라는 전체 풍경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을 완전히 내려놓은 채 인물에게 최대한 zoom in 하여 움직일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관객이 인물의 매우 자세한 표정 변화나 신체적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는 동시에 화면 외부의 풍경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적인 특징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감독이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매우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카메라 기법을 사용하여 서사를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관조와 정적인 카메라는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촬영 기법으로, 이를 통해 관객들이 인물들을 보다 멀리서 판단하게끔 유도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양한 입장에 있는 영화 속 인물들 모두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풍부해지는데, 보통의 영화에서는 특정 등장인물에게 관객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대입하여 그 인물의 서사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다큐멘터리 촬영 기법을 통해 관객은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의 감정을 한 번씩 깊이 경험해 보게 됩니다.

 

가족의 의미

영화 속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기만 한 가족입니다. 물론 젊은 나이의 준페이가 세상을 일찍 떠났다는 특이성이 있지만, 그 외에는 멀리서 보기에 여느 가족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뛰어난 대사들과 카메라 기법, 그리고 연출력으로 이 가족에게 숨어있는 복잡한 기류를 하나씩 풀어냅니다. 감독의 가족 영화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따뜻한 면만을 담아내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모두가 웃고 있어도 그 속에서 구성원 각자가 내뱉지 않는 진실을 파고드는 영화가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이 이렇게 복잡한 감정의 가족을 정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감독의 어머니는 상냥하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매우 세속적이고도 욕심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감독 본인이 회고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동시에 어머니의 세속적인 바람들을 꼭 이루어드리고자 많이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께서는 유명한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나오는 날에는 그 장면을 꼭 언급하면서 감독에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넣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세속적인 소망이 그가 인정하는 소망들은 아니었으나, 어머니이기에 그는 절실히 이루어드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감독이 포착한 가족의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했어도 서로 생각이 다른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이자, 그런 공동체 속에서 생각의 차이로 갈등이 빚어지더라도 결국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감내하고 존중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공동체가 곧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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